[Gear] 아식스 젤 님버스21 (Asics Gel-Nimbus21) :: 리뷰
"오래도 신었다.."
아마 이 신발을 구매한게, 러닝을 시작하고 집에 낡아빠진 신발들을 하나하나 모아들고 와서는 그 신발들이 다 떨어질 때쯤이었던 것 같다. 사실 그때쯤 이제 러닝을 어느정도 꾸준히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 시점이었으니, 어느정도 지출을 감내해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게 아마 4년 정도 전인 것 같다. 직장생활, 학업, 이직을 병행하면서 이 신발을 신고 자주 나가지 못 한 때도 많이 있었지만, 지금껏 누적된 러닝 마일리지가 1000km 중반인데 실제로 Nike Run Club(NRC) 앱을 사용해서 기록은 그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물론 지금껏 이 신발만 운용해온 것은 아니고, 중간에 나이키 갸쿠소우(Nike Gyakusou) ZoomX VaporFly NEXT%를 구매해서 같이 병행하긴 했다. 하지만 그 비중은 당연히 아식스 젤 님버스21 (Asics Gel-Nimbus21)가 높았다.
현재는 닳고 달아 앞꿈치는 이미 다 닳아버린 상태고, 앞코가 찢어지고 뒷꿈치 또한 접착부위가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사실상 일반적인 마일리지를 넘어섰고 쿠션 또한 거의 죽은 상태로 본인이 오버(Over)해서 착용한 셈. 사실 러닝화가 마일리지만 생각하고 내다버리기에는 외관이든, 실제 쿠션이 어느정도 살아났을 때 신었을 때의 착화감이든 아깝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긴 하다.
하지만 이 신발을 신으면서 느낀 건 내구성이 좋고 전체적인 만듦새가 훌륭하다는 것이다. 여태 러닝의 대부분을 트랙이 아닌 로드에서 했던 것을 감안하면 마모나 접착부의 손상이 그 부하에 비해 심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때때로 트래킹에서도 신었으니..
"안정감, 밸런스가 훌륭하다."
이렇게 길게 쥐어짜내어 가면서 신어본 결과, 이것저것 이 신발에 들어간 상세한 스펙은 집어치우고 밸런스가 아주 잘 잡힌 신발인 것 같다는게 본인의 총평이다. 러닝을 취미로써 5년 가까이 해온 것 치고는 많은 신발들을 신어보지는 못 했지만, 그냥 집에 있는 낡은 '소위 운동화'라고 할만한 신발들은 네켤레 가까이 소비하고 정말 러닝화의 범주에 있는 이 신발을 신었을 때는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안정감을 받았던 것 같다. 뒷굽의 단단하면서도 불편하지 않은 힐 컵 덕분에 발이 신발 밑창 위에서 좌우로 흔들리는 일이 적었다. 그리고 라운드 형태의 앞굽의 형태 덕분에 접지력도 훌륭했고 미드솔의 쿠션감 또한 너무 울렁리거나 통통튀지 않아서 초보자들에게도 아주 적합한 신발이 아닐까.
"라틴어로 구름을 뜻하는 님버스(Nimbus)"
이름과 같이 쿠션 능력이 훌륭하다. 덕분에 앞으로 치고 나가야하는 러닝의 특성에 알맞는 반발력과 지면에 우리 몸이 닿을 때 전해지는 충격흡수 능력으로 관절과 근육에 가해지는 부하를 줄여준다. 실제로 이 신발을 신고 5~10km을 자주 소화했는데 트랙이든 로드이든 큰 무리 없이 완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반발력이나 쿠션이 요즘의 거대해진 미드솔의 형태와는 달리 날렵하면서도 적당히 단단한 쿠션으로 발목 혹은 종아리 근육에 무리가 가지 않았다. 뒷굽의 미드솔과 아웃솔에 있는 젤(Gel)과 미드솔, 아웃솔의 전체를 감싸는 플라이트폼(Flytefoam) 소재가 그 힘을 더해주고 있다.
"다양한 보조장치들"
안정적인 접지와 뒤틀림을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보조장치들이 존재한다. 특히 러닝을 막 시작한 사람들은 올바르지 못 한 자세로 인해서 발목이나 종아리 등 관절의 중심이 흐트러지거나 흔들리면서 부상을 입기 마련인데, 이는 제법 경량의 신발이면서도 안정적인 접지, 뒤틀림 방지를 위해 다양한 보조장치들을 제공하고 있다. 힐컵의 플라스틱 소재는 신발 위에서 발이 좌우로 뒤틀리거나 신발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잡아주고 있으며, 전면의 메쉬 소재도 추가로 보강되어 있어 땀배출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러닝 하는 중에 발의 위치 적응력을 도와준다. 덕분에 나 또한 제대로 러닝을 시작하던 단계에 이 신발을 만나서 적절한 러닝 자세를 숙지하는데까지 부상없이 지금까지 잘 버티지 않았나 생각된다.
만약 누군가가 앞으로도 이 신발을 신을것이냐라고 묻는다면 사실은 '아니오'이다. 음.. 꼭 이 신발이 싫어서라기 보다는 질리도록 오래 신어서가 맞다. 그렇게 오래 신는동안, 정말이지 큰 불편함이 없었고 신발이 지금처럼 너무 오래되고 망가져가는 단계가 아닌 이상 신발을 새로 들일만큼의 큰 핑계거리를 주지 않았던게 사실이다. 그래서 이제는 좀 더 새로운 신발을 신어보겠다는 마음으로 다가가기 위한 '아니오'가 맞다. 하지만 지금까지 내가 러닝이라는 취미를 즐겨오는데 큰 영향을 준 신발임은 분명하고 앞으로도 이 신발에 대한 애정은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어쩌면 이 신발이 지금으로써는 다른 신발을 평가하는 하나의 척도가 될 것 같다. 당장 같이 운용하고 있는 나이키 갸쿠소우(Nike Gyakusou) ZoomX VaporFly NEXT% 또한 그랬고, 앞으로 새로 들일 신발도 그럴 것이다.
나의 훈장과도 같이 이젠 내 발을 감싸던 신발끈으로 꽁꽁 묶여져서 어딘가 어두운 구석으로 들어가게 될 신발이지만 끝내 버리지는 못할 것 같다. 오랜시간 내 발이 되어서 이곳저곳 뛰어다녀줘서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