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rocco, 모로코] 인천 :: 먼저 시작한 추억여행 (1)

2025. 4. 19. 22:04LOOP NO.8 (Dai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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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04월 01일, 포항, 인천 그리고 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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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라면 포항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을 향할 계획이었지만 아빠 얼굴도 볼 겸, 운행비에 용돈도 챙겨드릴 겸 이런저런 핑계로 최근 인천에서 공항 콜밴을 운행하시는 아빠를 불러들였다. 고향인 부산에 있을때면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길이 이리 어렵지는 않았지만 또 아빠랑 같이 이렇게 시간을 보낼 생각을 하니 지금의 상황도 그리 나쁘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하루전날 같이 저녁식사를 하고 느긋한 아침에 준비를 마치고 국도를 따라 천천히 올라간다. 그간 서로가 어떻게 지냈는지, 어떤지 안부는 굳이 묻지 않는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에 얼마전 큰 산불으로 타버려 새까맣게 그을린 산을 바라보며 얘기들을 주고 받는다.
 
어릴적의 기억이 창밖을 스친다. 아빠가 운전해주는 차 안에서 바라보는 고속도로의 풍경, 종종 아빠가 태우는 담배냄새의 매케함. 이것들은 내게도 너무나 오래된 기억이다. 언젠지도 모를만큼이나 오래된 기억. 그러고 바라본 아빠는 내가 기억하는, 그리고 지금도 떠올리는 아빠의 얼굴과는 너무나도 다르게 나이들고 작아져 있다. 어딘가 마음이 아리다. 그간 겪어온 가난이 뭔지, 각자 먹고 살자고 발버둥 친 그 시간들이 그리도 치열해야 했는지. 나는 어느새 서른이 되었고 이제는 아빠에게 배우려하기보다는 가르치려 드는 어찌보면 버르장머리 없는 막내아들이다. 그래도 지금 이 순간이 좋다. 그만큼 내가 원한다면 잔소리와 함께 용돈 한 푼 쥐어줄 여유는 가진 사내가 되었다는 것이. 진작에 했어야 할 일들을, 잃어버린 부자의 시간을 조금이나마 되찾은 느낌이다. 아빠가 지금 어떤 모습이든 어떻게 늙었든 내가 아빠의 막내 아들이고, 아빠가 나의 멋진 아빠라는 사실은 변치 않는다.
 
인천으로 향하는 대여섯시간의 시간이 별달리 지루할 새 없이 지나갔다. 공항에 내려 아빠에게 인사를 하고 창문을 내려 나에게 몸을 기울여 인사하는 모습이 괜히 짠하고 반갑다.
 
그리고 들어서는 인천공항은 또 나에게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대충 7, 8년 전인 것 같다. 병역의 의무를 마치고 한달 좀 안 되는 기간동안 떠났던 스무살 초반의 내 모습이 인천공항 출입구를 나란히 통과한다. 등에 내 몸집만한 배낭을 짊어지고 패기넘치게 떠나던 내 지난 모습과 지금 서른살이 된 내 모습은 오버랩되는 것 같지만 속내는 좀 다르다. 그때는 뭐랄까 패기와 용기가 더 큰 사내였다면, 지금은 어딘가 마음이 무겁다. 현실에서 벗어나려 이 길을 따라왔지만 내심 그렇지 못 한 것 같다. 뭐라 내 마음을 설명하지는 못하겠지만 지금 인천공항에 홀로 덩그러니 선 모습은 어딘가 쓸쓸하다. 발걸음이 가볍지도 않다. 그렇지만 뒤로 돌아가고 싶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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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기분은 여행을 갔다온 뒤에야 이해할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에게 이번 여행을 잘 마무리할 수 있길 바라며 출국장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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