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rocco, 모로코] 페스 :: 길을 잃은 자들 (3)

2025. 5. 5. 00:00LOOP NO.8 (Dai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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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04월 03일, 새벽공기를 담은 기차를 타고 도착한 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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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블랑카에서 짧은 밤을 보내고, 새벽녘에 만났던 지루한 기차를 내려 마주한 페스는 내게 사실상 첫 모로코이자 첫 인상 그 자체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페스에 대한 경험을 그다지 좋지 못한 경험’으로들 이야기한다. 호객꾼들과 사기꾼들, 인종차별으로 가득하다고 설명되는 도시를 나의 첫 여행지로 삼았고, 그 여행 또한 24시간 남짓한 시간으로 계획하였으니 나의 여행 중에 또 다른 작은 모험이라고 할 수 있겠다.
 

새벽녘의 카사블랑카 보야져 역, iPhone mini 13

 
역을 빠져나와 마주친 페스는 흔히들 이야기하는 황토색에 좁고 붐비는 어떤 모습들보다는 새하얗고 정돈된 모습의 작은 공원에 젊은이들이 머리를 뉘어 시간을 보내는 여유로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를 즐기는 낯선 동양인이 이들 눈에는 좋은 먹잇감으로 보였으리라. 주변의 많은 택시 기사들이 나를 불러대기 시작했고 금새 나의 평화는 이방인의 혼란스러움으로 이끌렸다.
 

역 앞 정원에 느긋하게 몸을 뉘어 시간을 보내는 젊은 사람들, iPhone mini 13

 
어쩌면 앞 뒤로 들쳐 메고 있는 배낭, 구글맵을 들여다보고 내가 걸어갈 거리인지, 차로 얼마나 걸리는지를 보고 있는 내 모습은 그들에게 도파민 그 자체였으리라. 그래도 생각보다 납득할만한 택시비로 나의 목적지를 안내했고, 당연히 나 또한 흥정에 흥정, 서로가 해피(Happy)한 가격을 찾아 택시에 올라탄다.
 
내 숙소는 블루게이트 근처에 있었고 가까운 거리였기에 금방 도착했다. 가운데 놓인 로타리를 중심으로 서로가 어지럽게 섞인 것을 보면 내가 봐온 소위 ‘페스 경험자’들의 말이 조금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방금 택시에서 내린 이에게 택시를 외치는 사람들, 예약된 호텔의 구글맵을 보며 가고 있는 이에게 자신의 숙소를 안내해주겠다는 사람들. 사실 어이없지만 미소를 짓게 한다. 적어도 이들은 실패를 할 자신의 모습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있지 않나. 그들의 시도가 성공하고 말고는 중요치 않다. ’일단 시도’하는 것이다. 나에게 큰 영감을 준다.
 

리야드를 찾기 위해 들어온 골목, iPhone XS

 
어찌됐든, 내가 예약한 리야드로 향한다. 찾아가는 길이 여지껏 예약한 호텔을 찾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경험이다. 가면 갈 수록 이게 맞는 길인가?라는 생각이 들지만, 오히려 그럴 수록 그 길이 맞다. 체크인을 위해서 리야드 문에 달린 쇳덩이를 부딪혀 노크를 하면 직원이 큰 미소로 나를 받아준다. 나는 누가봐도 동양인이지만 ‘봉쥬르’라며 인사를 건넨다. 동양인 파리지앵처럼 보이고자 잠깐 고민했지만 곧장 마음을 고쳐먹고 웃으며 ’헬로우, 살람 알라이쿰’ 인사를 받는다. 좁지만 편안하고 뭐랄까 럭셔리함이 느껴지는 복도를 지나 리야드의 중정과 같은 곳에 들어간다. 그곳에는 리셉션이 있었고 젊고 건강한 여성분께서 나를 맞아준다. 또한 내가 한국인임을 알아본 일부 직원들은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네주기도 한다. 기분좋은 방문이다.
 

내가 방문한 리야드의 중정, iPhone XS

 
하지만 아직 체크인 시간보다 다소 이른 시간에 도착했고, 현지에 지불해야할 여행세를 지불하고 복잡한 페스의 메디나 지도를 함께 보며 기본적인 안내를 받는다. 자기네들이 가이드도 있고 그건 또 얼마고, 이런 얘기들 듣고 앉아있으면서 마음이 혹 하기도 했지만, 내가 누구던가 여행과 모험을 즐기는 젊은 사내 아닌가. 점심식사를 마치고서는 돌아와 맡겨놓은 짐을 정리하고 다시 홀로 길을 떠난다.
 
악명높은 메디나의 입구로 들어서자, 좁고 어둡고 꼬릿한 기분좋은 골목을 마주친다. 그곳에는 물건을 파는 둥 마는 둥 하는 앳된 청년과 그 옆으로는 햇살 아래 작은 강아지가 몸을 꼬아가며 열심히 몸을 긁고 있다. 또 그 옆으로는 치열한 골목상인들의 목청이 울린다. 그때는 이게 내게 마지막까지 남을 메디나의 인상이리라 생각치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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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내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대뜸 보이는 곳에 오렌지 주스를 주문하여 받아든 뒤에 단숨에 빨대를 당겨 먹어치운다. 입이 텁텁해지니 또 보이는 곳에 대뜸 들어가 생수를 받아든다. 아직은 이곳의 화폐가 익숙치 않아 내가 살 물건을 찾는 것보다 지불할 돈을 챙기는게 더 오래 걸리는 듯 하다.
 
그러다 마주친 한가하고 편안해보이는 식당에 들러 물어본다. ’식사 가능한가요?’ 머리에 두건을 한 유대인으로 보이는 여인이 내려다보던 스마트폰을 내려놓더니, 자리를 안내해주고 블루투스를 연결해서 노래를 틀기 시작한다.
 
메뉴판을 주지 않아서 조금 어색하게 앉아 있다 결국 메뉴판을 달라고 이야기한다. 흔쾌히 메뉴판을 가져다주는 동시에 다른 청년이 몇가지 식재료를 들고 들어온다. 직원인 듯 보인다. 주문은 그 청년이 받아주고 나에게 먼저 음료와 물을 건넨다. 사실 조금 전에 마신 오렌지 주스지만 또 다시 오렌지 주스를 주문했다. 싸고 신선하고 달달한 이 음료를 굳이 마다할 필요는 없다.
 
나의 첫 모로칸 샐러드를 나에게 서빙한다. 콩으로 만든 스프와 토마토, 오이, 양파 등을 다져 양념한 샐러드가 함께 나왔다. 원래도 샐러드를 좋아하는지라 신선하고 개운한 샐러드로 식사를 시작할 수 있어서 기분이 한껏 좋아졌다. 그러고는 얼마 안 지나 소고기 타진을 받아들었다. 생각보다는 중간중간 소고기 힘줄이 있어 질기다고 생각되는 부분들이 있었지만, 오래도록 익혀낸지라 전체적으로 굉장히 부드럽다. 하지만 같이 나온 대추는 함께 곁들여보았지만 내게는 아직 이 달달함이 잘 어우러지지는 않는 듯하다. 한 알을 나눠 몇 차례 먹어보았지만 썩 그 맛의 재미를 찾지는 못 한다. 이내 나머지 대추는 옆으로 잠시 밀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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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차저차 이들의 맛을 찾아가며 식사를 마치고는 이제 페스의 메디나 깊숙한 방향으로 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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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려서 나가버린 초점이 당시의 어둡던 나의 길눈같다, Leica CM Zoom, Kodak Color Plus 200

 
길을 걸으며 우선은 동양인을 보기가 정말 힘들다. 아니 없다. 나와 비슷한 생김새의 사람을 공항을 마지막으로 본 적이 없는 듯 하다. 이방인으로 충실할 수 있음에 내심 불편하고 또 설레는 마음이 공존한다. 뭐, 그래도 주변에서 나를 보고는 호객행위를 위해 종종 ‘곤니치와, 니하오’를 연신 외치는 이들도 있다. 다만 이집트를 방문했을 때, 그리고 인도를 방문했을 때를 떠올려보면 그 빈도가 잦지는 않다. 대다수 영어로 호객행위를 하고 또 내가 웃으며 거절하면 더 이상 끌어당기거나 앞을 가로막지는 않는다. 많은 이들이 이야기하던 하드코어한 경험담에 비해 다들 젠틀하다. 당황스럽기도 하고 다소 심심해지기도 한다.
 
물론 이곳에 동양인은 나 혼자로 밖에 보이지 않을만큼 흔치않은데다 홀로인 동양인은 더욱이 흔치 않은 만큼, 현지인들은 물론 나와 같은 여행자들 또한 나를 계속해서 힐끔힐끔 쳐다보는 것이 느껴진다. 어딘가 눈을 돌리면 그게 누구든 눈이 마주친다. 뭐 굳이 불편하게 피하기 보다는 가볍게 눈인사정도 건넨다. 일부는 함께 웃어주고 어떤이들은 급히 눈을 피하거나 반응하지 않는다. 이럴 때면 여행지에서 느끼는 바는 동양인 남자로써 타국에서의 삶은 역시나 쉽지 않다는 것이다. 1세대 이민자들의 마음을 때때로 아주 극히 일부 정도 이해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그들의 치열함과 열악함에 대해 큰 존경을 거넨다.
 
그렇게 극히 이방인으로, 극히 생소한 공간을 거닐고 있자면 없던 불안함도 생긴다. 그럼에도 그 생소함도, 불안함도 익숙해지며 시야가 넓어진다. 생각보다 골목을 걸으며 내가 원했던 명소를 만나 마치 ‘나 여기 원래 오려고 찾아왔어’라는 느낌으로 들어가보기도 한다. 가이드를 끼고 온 이들의 뒤를 따르다보면, 한국어는 없지만 영어로 설명하는 일부 가이드들의 설명을 소위 ‘도강‘할 수 있다. 다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그 속에서 이것이 무엇이고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그 공간 안에서 스마트폰만을 들여다 보고 있는 것은 그리 보기 좋은 모양새는 아니다.
 

다른 가이드의 설명을 훔치고 있다, iPhone X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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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려서 아쉽지만 또 그래서 마음에 드는 사진, Leica CM Zoom, Kodak Color Plus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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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하나둘 장소를 옮겨 더 좁은 골목, 알 수 없는 길로 들어가다보니 아마도 페스에 온 목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테너리에 가까워 있었다. 물론 저 어딘가로 올라가야하는 것은 알지만 이곳이다 싶은 곳은 모두 현지인들이 앉아서는 나를 바라보며 으르렁거리고 있다. 이럴때는 어쩔 도리가 있나, 여행객으로써 지불해야할 금액을 지불하는 것이 제일 현명한 일이다.
 

테너리 옆의 하천, Leica CM Zoom, Kodak Color Plus 200

 
그 생각을 마치기 무섭게 한 노인이 나에게 오더니 좋은 전망이 있다며, 나를 꼬드긴다. 우선 바깥에서 그곳이 좋은 위치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었기에 둘러보고 다시 온다며 자리를 옮긴다. 좁은 틈새를 통해 바라보니 그 노인네가 말한 장소가 그리 나쁘지 않아보인다. 다시 돌아가니 냉큼 달려나왓는 나에게 주절주절 나에게는 불필요한 설명을 늘어놓는다. 그러고는 자기는 영어에 능통치 않으니 이 젊은 친구가 너를 가이드해줄거라며 나에게 소개해준다. 키도 크고 멀끔한 친구가 나를 반겨준다.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는 나는 그 노인네와 흥정을 마무리한다. 그리고 계단을 올라가며 청년과 같이 이야기를 나눈다. 계단이 제법 가파르고 높았는데 그 친구가 말한다. ’이봐, 나는 이 일을 하면서 매일 이 계단을 올라.’ 그래서 내가 말했다. ’그래서 너가 말랐구만.’ 그랬더니 웃으며 ‘그래, 너처럼 말이야, 그리고 나는 담배도 피워서 몸이 마른 것도 있어.‘ 라고 한다. ’몸에 좋은 거 하나 하면, 몸에 나쁜 거 하나 하는구나, 너는 그래도 일찍 죽지도 그렇다고 엄청 오래 살지도 않겠다.‘ 그러니 맞다며 이제 거의 다 왔다며 나에게 힘을 내라고 한다. 달리기가 취미인 나에게는 사실 불필요했던 응원이지만 웃으며 고맙다고 했다.
 
루프탑으로 올라가기 전 마지막 계단에서 허브를 건네받는다. 이 허브는 테너리에서 가죽 염색가공을 하기 위해 소똥, 새똥을 섞어 사용하는데 이로 인한 악취가 심하기 때문에 주는 하나의 방향제 정도 된다. 하지만 내내 골목골목을 헤매면서 지린내를 마주한 덕에 그닥 충격적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찾아본 후기를 보아서는 테너리를 다녀온 후에는 향수를 뿌려야 할 정도라고 했지만 그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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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냄새를 뒤로하고 루프탑의 난간에 기대어 바라본 세상은 다양함 그 자체였다. 그들이 염색하고 있는 색도, 그리고 염색장의 색도, 그들이 외치는 소리도, 또 한켠에서는 이유모를 다툼까지. 그 하나의 장면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 너무 다양했던지라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리저리 시간마다 변하는 이야기들을 사진으로, 동영상으로 담아가며 한참을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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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잊고 있던 뒤를 돌아보며 가이드 친구를 바라보니, 지루함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집중하고 있다. 이제 다 봤으니 내려가자는 말에, 이제는 저곳 테너리에서 만든 제품들을 구경할 수 있는 샵들이 내려가면서 있다고 한다. 아무래도 배낭여행자인만큼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짐이 한정된 탓에 무언가 사주고 싶어도 사기가 힘들다. 첫 매장은 모두 큼직한 제품밖에 없다. 한층씩 내려가며 매장을 둘러보다보니, 언젠가 하나 사야지 했던 벨트가 보인다. 생각보다 괜찮아보였지만, 이염에 대한 걱정이 엄청 컸다. 그리고.테너리에서 나는 냄새가 여전히 각각의 가죽에서 난다. 그래도 싼 값이면 한번 도전해볼만 해보였다. 그래서 어느정도 가격 흥정을 끝내고 테너리 투어를 마쳤다. 테너리를 내려와 염색에 사용하는 물을 길어다 쓰는 하천을 거닐고 올라가다보니 제법 재미있는 풍경이 많다. 일부 어린아이들은 카메라를 든 내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기도 하고, 어린 아이들이 축구를 하기도 한다. 나는 그러다 필름를 바꾸기 위해서 잠깐 자리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고 볕에 달궈진 정수릴 잠시나마 식히고 자리를 옮긴다.
 

노출이 맞지 않아 잘 보이지 않지만 가운데 청년이 나를 내려다보며 포즈를 취한다, Leica CM Zoom, Kodak Color Plus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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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너리를 이제 막 나와 다시 골목으로 들어가니, 역시나 테너리 주변의 골목답게 테너리 가이드가 필요하냐는 호객꾼들이 곳곳에서 튀어나온다. 내가 방금 테너리에서 나왔다는 말을 연신 내뱉으며 이들을 밀어낸다. 그러다가 어떤 이가 내게 ‘안녕하세요’ 힘차게 인사를 거넨다. 처음에는 그냥 호객꾼으로 보고 단순히 한국어로 인사하는 호객꾼을 처음 봤노라 생각하고 웃으며 엄지를 건넸지만 이내 더 많은 한국어를 내뱉는다. 나는 당황해서 한국어로 대답할 법도 한 상황인데 영어로 어떻게 한국어를 배웠느냐 물어보니, 그는 되려 한국어로 ‘한국에서 일 몇년 했었어요‘라며 웃는다. 이제야 나도 한국어로 ‘한국말 정말 잘하시네요’ 칭찬의 인사를 건넨다. 그래서 잠시나마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가 한국에서 살아왔던 이야기, 그리고 그가 가진 한국의 이미지를 하나하나 들을 수 있었다. 최근 한국은 많이 어려운 정치적, 경제적 상황에 놓여있기에 그가 있던 한국보다 현재의 한국은 더 많이 발전했지만 동시에 더 많은 아픔이 있음을 이야기했다. 그는 나와 같은 안타까움을 이야기하며 ’하지만 한국인들은 똑똑하고 강한 사람들이니 어떻게든 잘 해낼 것이다.’라며 오히려 내게 격려의 말을 전한다. 그의 진심이 어느정도 느껴진 덕에 옆에 앉아도 되냐고 묻자 다른 상인에게 급히 말을 걸더니, 방석을 내어온다. 차가운 것보다는 따뜻한게 좋지라며 나에게 방석을 깔아준다. 그의 마음씨에 순간 모든 모로코인들에게 마음이 열려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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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던 중에, 그는 나중에 그의 아들이 꼭 해외로 나가볼 수 있게 해줄 것이라 했다. 나는 거기에 맞장구를 치며, 당신의 아들은 정말 좋은 아빠를 뒀노라며 맞장구 쳤다. 그러다 그의 아들의 신분증? 같은 것을 보여주는데 그의 이름이 Corien이다. 바로 철자만 다른 Korean이다. 그래서 지금 한국은 저출산문제가 심각하니 얼른 당신의 한국인을 한국으로 보내달라고 했다. 서로 웃으며 농담을 주고 받다가 시간이 한시간이 좀 더 넘게 흐른 것을 알고서는 그간 이야기가 즐거웠다며 또 마주치거든 더 반갑게 인사하자고 악수를 하고 자리를 떴다.
 
그리고는 Tomb에 올라가 메디나 전체를 바라보기 위해 메디나의 언덕길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빼곡하던 상점들은 점검 그 간격이 늘어갔고 한산한 길에는 사람들이 하나둘 노상에 깔아놓은 테이블에 앉아 커피와 티를 즐기고 있었다. 거기다 고양이들이 염치없이 사람의 무릎이나 테이블에 앉아있기도 한 것이 제법 아기자기함이 있는 골목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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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구경길에 끝즈음 사방이 둘러쌓여 잘 보이지 않던 하늘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커다란 아치모양의 문을 넘자 옆으로 무덤들이 보인다. 무덤이긴하지만 그 묘비의 비석들이 뽀얗고 관리가 잘 된데다, 높은 언덕에 햇살을 바라보고 있어서일까 화사함이 더 크다. 무덤 사이사이의 수많은 그리움이 담긴 발자국을 따라서 묘비와 뒤로 난 풍경을 같이 번갈아보며 더 높은 전망대로 올라간다. 언덕과 언덕 사이 골짜기로 난 구불구불한 도로를 내려다 보고 있으니, 이곳 북아프리카의 느낌보다는 유럽 어딘가가 생각나는 또 다른 이국적인 풍경을 마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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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를 타고 힘차게 올라오는 어떤 이들은 나를 보며 손을 흔들기도 하고, 어떤 택시는 창 밖으로 손을 내밀어 나에게 인사한다. 저들에게는 저 길이 생업의 출근길이오, 퇴근길이요, 지겹게도 오가는 길일텐데 무엇이 좋고 즐거워서 웃으며 나를 맞이해주는가. 나는 여태 늘상 똑같이 오가는 길에 그들이 가진 마음의 여유를 만끽해본 적이 없다. 이토록 치열하게 살아 무언가를 축적해나간다는게 정말 인간의 삶에 필요한 일인가 싶기도 하다. 사실 다 내 불안함을 채우기 위함인데 그 때문에 내 인생을 더 우울하게 만들고 있음을 알고 있음에도 모두가 그렇게 살고 있으니, 이상하지는 않았다. 근데 이곳 높은 언덕에 서서 나를 보니 난 이상한 삶을 살고 있는게 맞는 것 같긴하다. 언젠가 즐겁고 행복한 마음을 갖기보다는 그냥 그저 감정의 높낮이가 없기를, 좋은일이 없어도 되니 나쁜일이 없기를 더 바래왔다.
 
조금은 미묘해진 마음을 이끌고 다시 메디나로 향한다. 학생들의 하굣길인지 어린 친구들이 많이 보인다. 일부는 한국인인 나를 곧장 알아보며, 어떤 친구들은 한국어로 인사하기도 하고 자기들끼리 한국인이라며 나를 가르키며 꺄르르 웃는다. 너무 무표정하게 지나기는 나도 어색해서 그냥 웃으며 갈 길을 지난다. 내려가는 길이 조금 헷갈려 한 번 길을 잘 못 들었는데, 그곳은 다행히 구글맵이 잘 동작하는 곳이라 길을 잘 안내해주고 있었다. 그런데 어떤 남자애가 나에게 이곳은 막힌 길이라며 내 앞길을 막아선다. 근데 정말 이곳 메디나를 다니다보면 깊숙한 곳에 다다랐을 때는 실제로 막힌 길이 있기도 하고 일부 나이지긋한 어르신들은 이곳이 막혔다며 친절하게 알려주신 적도 있었다. 근데 이 친구는 뭔가 직감적으로 나에게 장난을 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내가 구글맵의 방향을 보려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자 반대편도 막혔다고 말하는게 아닌가. 내가 크게 웃으며 내가 온 길인데 이 길이 어떻게 막혔냐며 되묻자 어색한 웃음과 함께 미안하다고 말한다. 옆에 있던 친구는 박장대소하고 나는 위와 아래로 이어지는 나머지 두 길을 가르키며 여기는 안 막혔냐? 물어봤다. 그러자 당연히 막혔지라며 이제는 이판사판이다. 딱히 기분나쁠만한 상황은 아니었기도 하고 할일 없는 그 좁은 동네에서 관광객을 놀리는 것이 그들 재미라면 때로는 그들의 요깃거리가 되어줄 필요도 있다. 그냥 가볍게 인사를 건네고 가려던 길을 간다. 긴 메디나 구경을 마친 뒤에 숙소에 늦은 체크인을 마치고는 이곳저곳 다니느라 끈적해진 온 몸을 씻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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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섰다. 페스의 밤은 위험하다는 많은 이들의 경고에 조금은 걱정했지만 다행히 메디나의 외곽은 번쩍이는 불빛으로 가득하다. 오히려 대부분의 식당들은 자리가 없을 정도로 문전성시였고, 메디나의 안쪽으로도 슬그머니 들어가봤는데, 여전히 메디나의 안쪽도 사람들로 붐비고 거리의 악단도 연주를 준비 중에 있었다. 마침 내일은 금요일으로 이슬람 국가의 휴일이라 메디나가 열지 않는 탓에 혹시나 좀 사갈 것들이 있는지 둘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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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기념품 가게에서 엽서가 보인다. 머릿속에 우리 가족들이 생각이 난다. 초중고를 지나 30대가 될 때까지 어찌 우리 가족들에게 편지 한글자 쓴 적이 없는가 하는 생각이 마음을 급하게 한다. 어떤 부분에서는 죄책감도 들었고, 마음이 시렸다. 먹고 살기 바쁘다는 가냘픈 핑계로 너무 많은 시간을 지나왔구나 싶다. 엽서를 한장한장 고르고는 그제서야 마음의 안도감이 찾아온다. 그리고는 주변의 과일가게에서 딸기를 한가득 사서는 들고 지나왔던 길을 돌아간다. 그러는 중에 아까 자리가 만석이라 들어가지 못 한 식당의 호객꾼이 이제는 자리가 비었다며 나를 안내한다. 이제는 늦었다며 너스레를. 던지자 다른데서 저녁을 먹었냐고 물어본다. 사실 아무것도 못 먹었다며 빨리 올라가자고 말했다. 2층으로 올라가 자리에 앉자 많은 이들이 식사를 마치고 돌아갔고 이제는 오히려 썰렁한 분위기 마저 든다. 나는 낙타 버거와 음료를 주문했다. 근데 이게 웬걸, 타진 같은게 나온다. 점원한데 나 낙타버거 시켰는데? 묻자 옆에 있는 식전 빵을 가르키며 ‘카멜‘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순간 이상하긴 했지만, 빵을 갈라서 버거를 만들어먹는게 이곳 버거인가 싶어 끝이 흐린 대답을 하며 그런가보다 하며 식사를 시작한다. 그래서 빵을 막 가르고 고기를 자르는데 다른 점원이 와서 주문이 잘 못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 낙타 타진이 나온 것. 그런데 이게 더 좋은 음식이라며 핑계를 늘어놓는데, 내가 그래서 5디르함 비싸잖아? 되묻자 머쓱해 하며 웃는다. 뭐 그렇게 성질이 나지도 않았고, 성질을 내고 싶지도 않았다. 먹음직해보였고 어쨌든 사과하러 왔으니 말이다. 있다가 처음 주문을 받았던 점원도 나에게 와서 사과를 한다. 괜찮고 음식이 맛있다며 엄지를 세워 보여줬다. 실제로 맛이 괜찮았다. 좀 어리버리한 식사였지만 배를 채우고 이제 숙소로 돌아간다.
 

iPhone 13 mini

 
메디나에서 사온 딸기를 씻고 늦은 시간 덕에 이제 한국은 아침, 괜히 엄마에게 연락을 해본다. 딸기를 사왔고 오늘은.어땠고 시덥잖은 얘기를 하고 잘 준비를 한다. 내일은 곧장 오전에 메디나의 반대편을 둘러보고 마라케시로 넘어가야한다. 열차로 여섯시간 정도가 걸리는 꽤나 먼 거리다. 오늘 사온 엽서를 내일의 열차에서 써보려한다. 페즈에서의 하루를 돌이켜보며 침대에 고단한 몸을 뉘운채 있다 보니, 길을 잃은 건 메디나의 골목에 있는 사람들 그리고 내가 아니라 한국에서 늘 아는 길만 오고갔던 내 모습이 진짜 길을 잃은 모습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또 그 자리에 들어가면 미로에 갇힌 사람처럼 그 자리를 맴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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