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rocco, 모로코] 마라케시 :: 마조렐, 베르베르 블루 (5)

2026. 2. 1. 13:27LOOP NO.8 (Dai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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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04월 05일, 한국의 무채색을 벗어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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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케시에서의 첫날이 밝았다. 숙소에서의 잠자리가 제법 괜찮았고 덕분에 편안한 잠을 청하고 역시나 출근시간이 되어 눈이 딱 하고 떠졌다. 다행이라면 다행인게 나는 시차적응에 애를 먹는 사람은 아니다. 아무튼 대충 양치만 하고 가벼운 차림으로 아침 식사를 할 겸, 또 숙소 주변을 어느정도 미리 파악할 겸 숙소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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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일곱시 정도였는데 거리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고 드문드문 가게 앞을 청소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하나 길을 걸으면서 특이했던 것은 가로수를 심어 놓은 자리가 인도에 비에 너무 깊게 파여있어 혹시라도 모르고 발을 헛디딘다면 제법 아프겠다 싶었다. 아무튼 그렇게 닫힌 가게들을 지나다보니 이러다가는 제대로 된 식사를 하기 힘들겠다 싶어 얼른 구글맵을 켜고 아침식사가 가능한 곳을 찾아 방향을 튼다.

 

내가 있던 숙소는 백화점이 있는 아주 시내에 있는 곳이라 이른시간이라도 걸어다니는데에 큰 문제가 없었고 발걸음수가 늘어갈때마다 사람들 또한 하나둘 거리에 늘어갔다. 구글맵으로 검색한 가게에 도착 하기 전에 이미 정장을 빼입은 신사 세명이 앉아 식사를 하고 있는 곳이 보여 그곳으로 곧장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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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판은 어째서인지 영어인듯 프랑스어인 듯 혼용된 부분이 굉장히 많아 알아보기 어려웠지만 다행히 차근차근 읽어보면 철자들이 눈에 익은 것들이 많이 보였다. 그덕에 어렵지는 않았다. 식사는 제법 괜찮았다. 본격적으로 가게를 열 준비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 등교를 하는 어린 친구들의 모습, 출근길에 갈길이 분주한 이들을 내다보면서 여유로이 식사를 마쳤다. 한국에서도 매한가지이지만 휴가를 쓰고 쉬는날 아침에 운동을 가거나 밖을 나가 출근하는 사람들 틈에 혼자 여유로움을 느끼고 있자면 정말이지 다른 세상에 있는 듯 하다. 더구나 나는 지금 먼 타국에서 그러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 마시던 커피가 식어서일까, 내 오묘한 감정 탓일까 커피가 어딘가 좀 더 텁텁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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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렇게 왔던 길을 훑어 돌아가다보니 이제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출근을 위해 버스에 몸을 싣고자 길에 줄을 서있고 아침에 가게 앞을 청소하던 아저씨는 이제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주문을 받고 있다. 짧은 시간이지만 내가 다른 세상을 느끼고 있는 동안 이곳은 그들만의 새상을 살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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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hone 13 mini, 등교 중인 학생의 모습, 저런 흰색 가운 같은게 교복인 듯 했다. 그와는 별개로 저 친구는 스타일이 제법 괜찮았다.

 

오늘은 마라케시에 온 이유가 아닐까 싶은 장소, 마조렐 정원과 입생로랑 박물관을 방문하는 날이다. 이미 예약은 다 마쳤기 때문에 시간에 맞춰 도착해야한다. 숙소에 돌아가 씻고 이런저런 짐을 챙기고 다시 숙소를 나섰다. 볕은 제법 따가운 듯 했지만 그렇다고 더위를 느낄 정도는 아닌 것 같다. 택시를 타기에는 다소 애매한 거리, 그냥 걸어서 가보기로 한다. 어차피 대부분의 관광지가 2키로 이내로 이어져 있고 그 사이사이 내가 놓칠지도 모르는 재미있는 풍경이 낭비될까 조금 이른 시간에 길을 나서서 걷기 시작한다. 내가 묵는 숙소를 조금 더 벗어나니 자라, 맥도날드 등 다양한 프랜차이즈가 즐비한 번화가가 등장한다. 늘상 해외에 여행을 가게 되면 자라에 들어 현지에서 필요한 옷들을 싼 값에 조달하고는 했던 것 같은데 이번에도 역시나 숙소에 돌아가는 길에 잘 때 입을 바지를 하나 살 계획이다. 아무래도 에어비앤비 숙소를 이용하면 샤워가운이 제공되지 않아 나같은 배낭여행자들이 챙길 수 있는 짐의 양이 제한 되는 경우는 불편함이 따르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또 입을 수 있는게 옷이니 그러려니하고 하나 구매키로 한다. 돌아오는 길에 잠깐 들리면 충분할 듯 하다.

 

하나 재미있는건, 이슬람교의 영향의 탓인건지 맥도날드의 로고 배경색이 녹색이다. 근데 뭐 우리가 익숙하게 마주치는 붉은 색 배경의 노란색 M로고 못지 않게 어색한 느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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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택시를 타지 않고 가는 길인 만큼 길에 놓인 풍경들을 놓치지 않고자 차근차근 살펴보며 길을 걷는다. 신속함과 효율에서 좀 멀어지면 평상시에 찾을 수 없던 여유와 낭만이 느껴진다. 그렇게 천천히 하지만 예약 시간에 늦지 않도록 발걸음을 옮겨 마조렐 정원과 입생로랑 박물관이 있는 길 초입에 들어선다. 많은 마차들이 갓길에 주차되어 관광객을 실어나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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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마조렐 정원과 입생로랑 박물관의 영향인걸까, 잠깐 지나는 짧은 길이지만 그 길에 들어서는 햇살은 좀 더 화사했고 또 굳이 이정표가 없더라도 그 길 안에 마조렐 정원과 입생로랑 박물관이 있어야 할 것 같은 멋진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아직 오전이지만 첫 번째 시간 관람을 마치거나 또 기다리는 사람들이 뒤섞여 있는 듯 했다. 근처에 있는 식당과 카페들에는 자리가 없을 만큼 사람들이 북적이고 주변 상가들 또한 그 테마가 확실히 느껴지는 물건들을 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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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길을 지나 입구의 줄을 마주치는데 예약을 하고 오긴 했지만 줄이 제법 길다. 관람은 무조건 마조렐 정원부터 입생로랑 박물관의 순서로 이어진다. 역시나 많은 유럽관광객들이 있었는데, 들리는 말을 봐서는 프랑스 7할, 스페인 2할 나머지 1할 정도로 보였다. 보기보다 예약된 시간대별로 잘 관리가 되고 있었다. 덕분에 많은 인파 속에서 되게 헷갈릴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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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한건 한국인은 나 혼자였다. 중국인은 적지만 있긴했다. 아무튼 길에 서서 기다리는 동안 유럽사람들이 쉬지 않고 태워대는 매케한 담배연기를 같이 마시며 공짜 니코틴을 들이킨다. 사실 비흡연자인지라 그 상황이 제법 고역이었다. 그래도 그 흡연문화가 한국인에게는 낯설지언정 이곳, 또 유럽인들에게는 관대한 문화니 받아들이기로 한다. 얼마가지 않아 차근차근 줄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예약한 확인 QR을 보여주면 입장을 시켜준다. 역시나 줄을 서있었지만 그 과정에 예약이 문제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출입이 불가해서 우왕좌왕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맞은편에서 담배를 태우는 사람, Leica CM Zoom, Kodak Color Plus 200

 

입구에 들어서니 작은 분수대가 있고 사람들은 입구에서부터 앞으로 나아갈 생각을 않고 사진을 연신 찍어댄다. 뭐 그 덕에 나도 눈치보지 않고 원하는 만큼 사진을 찍는다. 근데 가만보니 관람루트가 한바퀴를 돌아 다시 같은 입구로 돌아나오는게 아닌가. 그래서 사람들이 그 자리에 더 머무르고 있는동안 나는 발걸음을 먼저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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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알록달록한 강한 색채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때때로는 너무 강한 채도를 보다보면 속이 울렁거릴 듯 하다고 해야하나. 근데 이곳 마조렐 정원은 그야말로 색의 향연이라고 봐도 될 정도인데 어째서인지 거북함이 없다. 더욱이 많은 선인장이나 야자나무들이 서로 엉켜 있어서 그 선 또한 굵직한데 말이다. 그 조화로움이 다 의도된 것이라고 생각하면 예전부터 그림을 그리거든 색을 입히는 중에 그림을 자주 망쳐왔던 내 모습과 대조되는 재능이 느껴진다.

 

역시나 이곳도 누구나 탐낼만한 사진 스팟들이 곳곳에 있다. 나는 뭐, 혼자 오기도 해서 사진을 찍어달라 누구한테 요청하기도 좀 난해하지만 (마음에 드는 사진을 얻을때까지 찍어달라고 하기는 쉽지 않다.) 그닥 ‘나 여기와봤어!‘ 하는 식의 사진을 원치는 않는다. 남는게 사진 뿐이라고는 하지만 너무 관광객 처럼 여행을 하고 싶지는 않다. 언제든 다시 올 수 있다는 여유로운 마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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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 길 사이사이마다 잘라 들어오는 햇살은 바닥에 멋진 그림자를 남기고 그 햇살을 머금은 선인장, 야자, 타일, 연못들은 반짝거리고 그 색체가 더 짙어보인다. 나무 사이를 걷다보면 이파리마다 둘쭉날쭉 들어오는 볕이 목 뒤를 간질기도 하고 갈라져 내려오는 빛줄기는 미러볼처럼 반짝거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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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내부를 천천히 거닐다 보면 베르베르 박물관을 입장할 수 있는데, 이건 통합(?) 티켓을 구매했을 때 입장이 가능하다. 내부는 촬영이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었다. 대신 입구의 QR을 통해서 각 전시품에 대한 설명과 추가 사진들을 같이 볼 수 있다. QR을 찍으며 입구에 서서 안내 겸 사진촬영을 감시하는 직원에게 농담삼아 ‘이렇게 멋지게 만들어두고 사진을 못 찍게하는게 어딧냐’며 얘기한다. 그러자 내게 웃으며 대신 QR에 많은 정보가 있으니 꼭 참고해보라고 한다.

 

아무래도 마조렐 정원이 베르베르족이 많이 사용하던 푸른색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만든 정원인만큼 그 연관성을 같이 둘어볼 수 있어 좋았다. 더욱이 나같이 캐주얼한 관광객의 입장에서는 마조렐 정원을 그냥 입생로랑이 사랑했던 정원, 혹은 그냥 입생로랑 박물관 코스에 있는 정원 즈음으로 인식할 수 있는 점을 감안했을 때 충분히 공존해야하는 박물관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은 좁고 그렇게 많은 전시품이 있지는 않아 금방 관람할 수 도 있었지만 내부에서 송출되는 영상, 그리고 다양한 조명들의 변화들이 제법 볼만해서 다 알아듣지는 못 해도 최대한 끝까지 다 눌러 담아갈 수 있게 천천히 관람했다.

 

그렇게 박물관 관광을 마치면 기념품 가게가 나오는데 여기서는 일부 아트북이나 포스터, 가방 등등 다양한 기념품을 구매할 수 있다. 금전적인 여유만 있다면, 또 가방에 많은 빈 공간만 있다면야 제법 사고 싶은 물건이 많았지만 나같은 배낭여행객은 다음 가야할 길, 돌아갈 길을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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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 작은 아트북 한권, 엽서 몇장 그리고 포스터를 구매했다. 포스터는 형이 결혼을 앞두고 있고 미리 신혼집에 형수랑 같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한국에 들어가거든 선물로 줄 생각이다. 결제를 하는 중에 내가 한국인임을 알아본 직원이 한국인이냐며 먼저 웃으며 말을 건다. 그러면서 역시나 오징어 게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물론 오징어 게임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난 본적이 없다. 괜히 아는 척하다가 대답하지 못하는 질문을 받을바에야 솔직하게 말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안타깝지만 오징어 게임을 보지 않은 한국인 중 하나다.’라고 말하자 놀라며 그걸 왜 안 봤느냐 묻는다. 그래서 오늘 내 에어비앤비 숙소에 들어가면 곧장 넷플릭스를 켜리라 대답하고 결제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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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는 나가는 길목에 카페가 하나 있다. 안으로 살짝 들어가 살펴보지만 아직 식사시간도 아니거니와 자리도 없고 나 혼자 앉아 먹기에는 혼자 밥먹는게 어렵지 않은 나라도 좀 부담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다. 너무 럭셔리하고 로맨틱하다. 그래도 분위기 하나는 정말 멋졌고 영상과 사진을 조금 담아내고는 도로 걸어나와 입생로랑 박물관으로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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